Foreign Prosecution Services

제2장 외국의 검찰제도

제1절 서론
오늘날 각 국가는 저마다 고유한 역사와 사법체계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검찰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흔히 대륙법계와 영미법계로 구별되는 사법체제의 차이, 그리고 직권주의와 당사자주의로 구별되는 형사소송구조의 차이에 따라 검사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관점이 다르고, 같은 법계라 하더라도 각국의 개별적인 사정에 따라 검찰제도의 구체적 내용에서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서는 각국의 검찰제도를 비교하여 살펴봄으로써 검사 및 검찰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 참고할 만한 관점을 제공하고자 한다. 재판기관으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국가기관으로 하여금 공익의 대표자로서 범죄의 수사와 소추를 담당하게 하는 우리나라의 현행 검찰제도는 대륙법계 검찰제도에 그 뿌리를 두고 있고, 기능상으로는 대륙법계와 함께 영미법계의 영향도 어느 정도 받았다고 할 수 있으므로 대륙법계 검찰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프랑스와 독일, 일본의 검찰제도를 살펴보고 영국과 미국의 검찰제도를 간략히 살펴 볼 것이다.
제2절 프랑스의 검찰제도
Ⅰ. 검찰제도의 태동
가장 먼저 프랑스의 검찰제도를 소개하는 것은 근대적 형태의 검찰제도가 프랑스에서 기원하였기 때문이다. 근대적 검찰제도는 프랑스의 ‘왕의 대관(代官, procureur du Roi)'제도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중세 이전의 형사절차는 민사절차와 별 차이가 없었다. 약 8세기부터 3세기까지의 형사절차는 범죄피해자가 직접 피의자에 대해 소를 제기하고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개인에게 큰 부담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법원 주변에 당사자를 대리하는 대리인(procuratores)의 집단이 발생하였다. 개인은 물론이고 봉건영주나 국왕도 자신의 대리인을 고용하여 소송을 대리하게 하였다. 이때 등장한 ‘왕의 대관(procureur du Roi)’이 오늘날 검찰의 효시가 되었다는 것이다.

초기 왕의 대관은 법원에서 침해된 국왕의 이익을 옹호하는 대리인이라는 점에서 다른 소송대리인들, 즉 장원의 영주, 도시, 교회를 대리하는 소송대리인들과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국왕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적 국가체제가 구축되면서 왕의 대관은 국왕의 개인적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의 지위를 넘어서 ‘일반이익과 공공선의 보좌인’이라는 지위를 갖게 된다. 그리하여 ‘왕의 대관’은 형사소추에 관한 일반이익을 옹호하고 법률적용의 감시자로서 판사와 협력하여 소추를 진행하는 사법관의 기능을 담당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왕의 대관제도는 규문절차상 판사에 의해 주도되는 절차에서 큰 역할을 하지 못하였다. 계몽사상에 의해 규문절차에 대한 비판과 형사소송 개혁에 관한 논의의 과정에서 기본권을 가지는 국민들에 대해 소송절차상 권리도 인정하여야 하게 되고, 구두주의의 도입에 따라 구두로 피고인에 대응하여 공소를 담당하게 될 공소관의 필요성이 발생하였고, 나아가 수사절차로부터 재판절차를 관통하여 법이 준수되는지를 감시하고 위법을 시정할 기관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러한 계몽시대의 형사소송개혁논의에 기초하여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구체제가 붕괴되자, 형사소추를 담당하는 ‘왕의 대관’의 역할은 획기적 변화를 겪는다. 혁명에 의해 왕의 주권은 인민에게 이전되었고, 국왕의 사법이 담당하였던 공공선과 일반이익의 수호권한은 사회와 인민에게 귀속되었다. 규문절차는 폐지되고 탄핵주의 절차가 새로운 형사소송의 모델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명 초기의 입법자들은 공소는 인민의 기능(fonction de peuple)이고, 따라서 과거 ‘왕의 대관’이 담당하던 공소기능은 인민의 대리인(l'homme de peuple)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1790년의 법률에서는 법률의 적용과 판결의 집행은 국왕이 임명한 국왕위원(commissaire du rio)에 의해, 공소의 유지는 주민이 직접 선출한 공소관(accusteur public)에 의해 각각 수행되도록 규정하게 된다.
그러나 두개의 기관의 기능이 밀접한 연관이 있고 중첩되기도 하여 시행상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나폴레옹 집권 후 1808년 범죄수사법(치죄법이라고도 함, Code d'instruction criminelle)의 제정과 함께 국가소추주의와 직권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재판제도가 확립되면서 법의 감시인으로서의 정부의 대리인 제도와 공소담당자로서의 공소관 제도가 검찰(Ministere public)로 통합되었다. 이 때 검찰에 제한적으로 일부 수사권을 부여하고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통해 수사를 진행하고, 나아가 예심을 청구하며 공소를 담당하고 법원의 부당한 재판진행이나 결과에 대한 상소로 시정을 구하는 권한을 가지게 되었다. 즉,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는 근대적 검찰제도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검찰제도에 대해서는 소송의 한 당사자인 검찰에게 수사권까지 부여하는 것은 시민을 위협하는 권력의 집중을 가져온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범죄수사법에서는 오늘날까지 유지되는 프랑스 형사절차의 핵심원칙, 즉 ‘소추, 수사, 재판의 분립’이라는 원칙이 정립되었고, 그동안 여러 기관에 흩어져 있던 기능들을 통합하여 각각 검찰, 예심법원, 판결법원이 담당하도록 하였다. 범죄의 발견과 수사는 사법경찰이 하고 예심수사는 특별사법관, 즉 예심의 수사판사가 담당하였다. 공소제기 여부에 대한 결정은 경죄의 경우 경죄법원 평의부에서, 중죄의 경우 고등법원 소추부에서 담당하였다. 소추결정이 내려지면 검사가 기소장을 작성하였다. 그러나 중죄의 현행범에 대해서는 예심판사도 직권소추를 할 수 있었다. 이후 몇 차례의 법개정으로 변경된 부분도 있지만 형사절차의 기본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오늘날의 프랑스 검찰의 지위와 역할에 대해서는 1959년 제정된 형사소송법(이하 ‘법’으로 약칭한다.)이 근간이 되어 규정하고 있다.
Ⅱ. 검찰의 지위와 기능
1. 검찰의 지위
프랑스 검찰은 법원의 한 조직으로 되어 있고, 법원은 법무부에 소속되어 있다. 이러한 독특한 구조는 위에서 설명한 역사적 과정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법원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은 재판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를 총괄하며, 검사 및 판사에 대한 인사권을 갖고 있으나 법원을 지휘 ․ 감독할 수는 없다. 법무부장관은 또한 범죄의 수사 및 공소제기 등 검찰사무에 관하여 검찰총장 및 고등검사장에 대한 지휘권을 행사한다. 프랑스의 검찰청은 법원에 부속되어 있으나, 소추권한 등 검찰의 고유업무에 대해서는 완전히 독립되어 있다. 프랑스는 사법권이 소추-수사-재판으로 엄격하게 분립되어 있기 때문에 검찰은 주로 소추에 대한 권한만을 행사하고 수사와 재판은 법원의 권한에 속한다. 검찰은 공소제기에 관한 한 법원의 간섭을 받지 아니하며 독립적인 결정권을 가진다. 법원은 검찰에게 공소제기에 관한 어떤 명령이나 지시도 내릴 수 없다.
2. 검사의 기능
프랑스의 검사는 공소를 수행하고 법률의 적용을 청구한다(법 제31조). 검사는 주로 소추만을 담당하지만 적절한 소추권의 행사를 위해 수사할 수 있고, 사법경찰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다(법 제41조). 검사는 고소, 고발을 접수한 경우 공소제기, 불기소, 기타 절차의 개시 등을 결정한다(법 제40조, 제40-1조).
3. 예심판사와의 관계
프랑스에서 예심판사는 구속영장발부권, 피의자신문권, 압수수색, 수사지휘권 등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이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예심판사를 ‘가장 강력한 사람’이라 지칭할 정도라고 한다. 다만 2000년의 법개정으로 구속에 관하여는 예심판사가 영장을 청구하면 예심절차에서 분리된 구속담당판사가 영장발부를 결정하도록 함으로써 영미법의 영장제도와 유사한 형태를 받아들였다.
검사가 중죄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려면 예심판사에게 ‘예심개시청구서’를 제출하여야 한다(법 제80조). 예심판사는 검사의 청구 없이 직권으로 예심을 개시할 수 없으며, 검사는 예심절차에 참여할 수 있다. 예심판사는 검사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고, 검사는 예심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고등법원 소추부에 항고할 수 있다. 경죄의 경우에는 검사가 피의자를 판결법원에 직접 소환함으로써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를 ‘직접소환’이라고 한다.
4. 경찰과의 관계
검찰은 주로 소추만을 담당하지만 적절한 소추권의 수행을 위하여 수사권 내지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다(법 제41조). 프랑스의 사법경찰은 독자적인 수사주체가 아니라 사법관에 의해 통제된다. 즉 사법경찰은 개별적인 수사에 대해서는 예심판사 또는 검사의 지휘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며, 각 고등법원의 관할구역에서 고등검사장에 의해 일반적 활동의 감독을 받는다. 사법경찰관은 인지한 범죄사건을 관할 검사장에게 보고하고, 중죄의 현행범인 사건은 현장으로 출동하기 이전에 검사장에게 사실을 보고한다. 보고를 받은 검사는 현장에 나가 필요한 수사지휘를 할 수 있다.
5. 검찰의 권한에 대한 통제
프랑스 검찰의 공소제기 권한에 대해서는 기소편의주의가 적용된다(법 제40조 제1문).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대한 항고절차는 2004년에 신설되었다. 이에 따라 불기소처분의 통지를 받은 고소 ․ 고발인은 고등검사장에게 항고할 수 있고, 고등검사장은 기소를 지시할 수 있다(법 제40-3조). 일반적으로 공소제기 권한은 검사에게 있지만 예외적으로 범죄피해자가 형사법원에 사소(私訴)를 제기하여 소추할 수 있다(법 제1조). 다만 공소권이 발동된 후에는 공소유지는 검사의 고유권한으로 검찰이 전담한다.
제3절 독일의 검찰제도
Ⅰ. 역사
독일에서도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중세시대까지는 범죄피해자가 공소를 직접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피해자의 주도로 이루어지던 이러한 형사재판의 모습은 형사처벌의 공익적 성격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점차 법원이 직권으로 공소를 제기할 필요성이 확대되었다. 1532년 카알 5세의 카롤리나 형법전(Constitutio Criminalis Carolina: CCC)은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여 세 가지 방법에 의한 형사재판의 개시를 규정하였다. 그것은 피해자가 소추하는 방법, 재판관이 직접 소추하는 규문주의적 방법, 그리고 국가가 임명하는 소추관(Fiskalat)이 소추하게 하는 탄핵주의적 방법이었다.
독일에서 현대적인 검찰제도가 도입된 것은 19세기 중반 이후 프랑스 범죄수사법의 영향에 의한 것이었다. 프랑스 혁명으로 인한 프랑스 검찰제도의 소개, 그리고 나폴레옹 시대에 독일 라인 좌안 지역이 프랑스에 점령되면서 그 지역에서 프랑스의 검찰제도가 시행되어 프랑스식 검찰제도를 경험한 사실 등의 영향으로 독일에서도 소추권과 심판권이 법관에게 집중되어 있던 당시의 규문절차를 폐지하기 위한 형사소송 개혁논의가 활발하였고 검찰제도 도입 논의가 전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영방의 왕이나 제후들은 형사소송법 개혁에 소극적이었으나 1848년의 3월 혁명으로 자유주의적 시민국가체제에 대한 욕구를 알게 된 각 영방 정부에서 형사소송 개혁에 나서게 되었고 프랑스의 검찰제도가 독일 대부분의 주에 도입되었다.
프로이센의 경우 법제장관 사비니(Savigny) 등이 “검사는 법률의 감시자로서 피고인에 대한 절차의 개시시점부터 법률이 완전히 실현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하면서 검찰을 도입함으로써 법관이 소추의 의무로부터 벗어나 편견 없는 재판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탄핵절차의 도입으로 피고인의 권리주체성이 확보되며, 검사의 관여로 형사절차의 효율성이 높아지고 법관의 독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법절차에 종사하는 자를 효과적으로 감독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국 1846년 베를린의 형사법원과 항소법원의 관할사건에 대해 검찰제도를 도입하는 결실을 맺게 되었다. 1848년에는 혁명운동의 성과로서 프로이센에서 검찰제도가 전면적으로 확대되었는데, 당시의 검찰은 국가의 이익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이익도 보호한다는 점에서 객관의무를 요청받았다. 1871년 프로이센에 의해 독일제국이 성립한 후 1877년 제국법원조직법과 형사소송법이 제정되어 통일적인 형사절차가 마련되면서 검찰제도가 독일 전역에 정립되기에 이르렀다.
독일에서는 특히 검사의 수사권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점에서 프랑스와 차이가 있다. 검사라는 국가기관을 새로 만들어 수사와 공소제기의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법원은 공평한 심판자로서 재판업무에만 전념하도록 하면서도 규문절차의 결함은 법관에게 권한이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에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 보호장치의 부족과 경찰의 권한남용 및 인권침해 상황에도 큰 문제가 있다는 점도 인식되었기 때문에 검사는 ‘법률의 감시자’로서 경찰의 수사에 대하여도 법적 통제를 통하여 피의자의 소송법적 권리를 보호하는 기능도 아울러 수행하게 하였던 것이다. 특히 사법관에 의해 정의와 진실이라는 사법적 이념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수사절차의 대부분을 경찰이 지배하게 되면서 발생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한 반성으로 수사의 사법적 형성이라는 이념 아래 사법관의 하나인 검사로 하여금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통해 그 이념을 달성하게 하였다. 결국 검사는 범죄인에 대한 단순한 소추기관이 아니라 ‘법치국가 원칙의 대리인(Vertreter des rechtsstaatlichen Prinzips)'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Ⅱ. 검찰의 조직과 권한
1. 검찰의 조직
독일검찰의 조직과 임명 등에 대해서는 법원 및 판사와 함께 법원조직법(GVG)과 독일법관법(DRiG)에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독일 검찰은 법원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행정기관처럼 조직되어 있다(법원조직법 제141조, 제150조). 그러면서 검찰은 행정기관은 물론 법원에 대해서 법률감시자의 역할을 한다.
검찰청은 각급 법원에 대응하여 설치되어 있다. 연방대법원에는 연방검찰, 주(州)고등법원에는 주고등검찰청, 지방법원에는 지방검찰청이 각각 대응한다. 독일은 연방국가로서 검찰청도 연방검찰청과 주(州)검찰청으로 이원화되어 있다. 연방검찰은 연방법원의 관할사건에 대한 사무를 담당할 뿐 주(州)검찰의 상급기관이 아니다. 따라서 연방검찰청장이나 연방검찰은 주검찰청의 관할에 속하는 사무에 대해 주(州)의 고등검찰이나 지방검찰을 감독할 권한을 갖지 않는다.
2.‘수사의 주재자’로서의 검찰
독일의 검사는 ‘수사의 주재자’로 일컬어진다. 검사는 수사에 관하여 수사권과 수사지휘권 및 수사종결권을 갖는다. 독일 형사소송법(이하 ‘법’이라 약칭한다.)에 의하면 검사는 범죄의 단서를 포착하면 범죄사실 및 양형에 관한 사정을 조사하여야 하며, 피의자에게 불리한 사정 뿐 아니라 유리한 사정도 조사하여야 한다(법 제160조). 검사는 중요사건이나 법률적으로 중요한 사건에 대해서는 직접 수사하고 피의자와 참고인을 신문해야 하며, 사법경찰로 하여금 수사하게 하는 때에도 수사의 방향과 범위를 지정하거나 구체적, 개별적 지시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검사가 이렇게 구체적, 개별적 지휘를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의 수사는 경찰이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수사에서 세부적 사항을 경찰에 위임하는 것 또한 수사지휘권의 내용에 포함된다.
3. 공소의 수행자로서의 검찰
독일에서 공소제기의 권한은 검찰에게 있으며, 검사는 범죄의 충분한 혐의가 있으면 공소를 제기하여야 한다(법 제152조). 이러한 독일 형소법의 규정은 국가소추주의를 취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경우와 같지만 기소법정주의를 취하는 점에서는 한국의 법규정과 구별된다. 기소법정주의는 공소제기 단계에서 검사의 자의적 판단을 배제함으로써 평등과 정의의 이념을 실현하고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며, 국가소추주의를 보완하는 제도로 이해된다. 다만 기소법정주의를 취하더라도 예외적으로 기소를 유예할 수 있는 경우를 법으로 정하고 있다.
Ⅲ. 검찰의 권한에 대한 견제와 보완장치
독일에서 검사는 객관적 관청이라고 한다. 영국이나 미국에서와 같이 형사소송의 한 당사자(party)로만 보지 않는다. 검사는 객관적으로 정의에 봉사하여야 하며,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상소할 수 있고 재심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원칙적 규정 이외에 독일의 형사소송법은 검찰의 소추기능을 견제하거나 보완하는 장치를 마련해 두고 있다. 그러한 견제장치로는 기소강제절차와 사인소추, 공소참여 등이 있다.
1. 기소강제절차
기소강제절차는 범죄피해자가 법원에 대해 검사가 기소법정주의를 이행하는지에 대해 심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절차라 할 수 있다(법 제172조~제177조). 검사는 직무수행에서 법원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고 원칙적으로 최고법원의 판결에 구속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검사는 기소강제절차에 의한 방식으로 자신의 확신에 반하는 공소를 하도록 강제당할 수 있다. 기소강제절차의 신청권자는 피해자이면서 고소인인 자에 한정한다(법 제172조). 그 밖의 기소강제절차의 내용은 한국의 재정신청절차와 거의 유사하다.
2. 사인소추(私人訴追)
사인소추는 경미범죄, 즉 범죄정도가 경미하고 공공의 이익을 크게 침해하지 않는 범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독자적인 형사소추권을 인정하는 제도이다. 구체적으로 사인소추가 가능한 범죄유형은 주거침입, 모욕, 서신비밀침해, 상해, 협박, 거래상의 수뢰 및 증뢰죄, 손괴죄와 부정경쟁방지법위반 및 저작권법 위반범죄의 9가지이다(독일 형소법 제374조 제1항). 이 가운데 상해죄의 일부와 손괴죄를 제외한 나머지 범죄는 모두 친고죄이다.
3. 공소참여(公訴參與)
공소참여 또는 附帶公訴의 제도는 피해자가 소송절차상의 고유권한을 가지고 이른바 ‘공소참여인’으로서 검사와 함께 공소에 참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 제도는 범죄피해의 보상과 검찰권의 통제, 그리고 피해자의 기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에게 절차참여의 기회를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제4절 일본의 검찰제도
Ⅰ. 검찰제도의 성립
일본의 검찰제도는 메이지유신의 시기에 프랑스법제를 계수하면서 성립되었다. 즉, 1872년(明治 5년) ‘사법직무정제(司法職務定制)’를 제정하여 법원과 검사국을 분리하고 검사국에 검찰관을 두어 범죄수사의 감독지령, 형사재판의 청구 및 재판의 입회 등을 주 임무로 하도록 하였다. ‘사법직무정제’ 제6장에서는 검찰관을 ‘법헌과 인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선을 권장하고 악을 제거하며, 재판의 당부를 감시하는 직’으로 규정하고, 검찰관의 지휘 아래 범죄수사에 종사하는 체부(逮部)를 두었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는 검찰이 기소를 독점하는 국가기관의 지위를 부여받지는 못하였다. 검사의 기소를 기다리지 않고 법원이 직권으로 심판을 개시하는 규문주의적 절차가 행하여졌으며, 수사는 예심판사가 주도하고 검사는 재판소에 소속된 사법관이었다. 이후 1880년에 제정된 치죄법(治罪法)에 의하여 비로소 검사가 공소권을 독점하고 불고불리의 원칙이 확립되었다.
Ⅱ. 검찰의 조직과 기능
1. 검찰의 조직
최고검찰청은 도쿄에 있고 총무, 형사, 공안, 공판부 등 4부와 사무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검찰청은 도쿄,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후쿠오카, 센다이, 삿포로, 다카마쓰 등 8개 본청과 가나자와 등 6개 지부가 있다. 도쿄 고등검찰청은 최고검찰청과 같은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나머지 고등검찰청은 총무, 형사, 공안부 등 3부와 사무국을 두고 있다. 최고검찰청에는 검사총장, 차장검사, 부장검사(고참 검사정급), 검사(검사정급)의 위계에 따른 검사를 두고 있으며, 고등검찰청에는 검사장, 차석검사, 부장검사, 검사의 위계조직을 두고 있다.
지방검찰청은 1도(都), 1도(道), 2부, 43현에 각 1개씩 두게 되어 있으나 북해도의 삿포로 외에 하코다테, 아사히카와, 구시로 3개 지점을 더하여 전국에 50개 지검이 있다. 그밖에 한국의 지청과 유사한 203개의 지부가 전국 주요 시정(市町)에 있다. 지방검찰청에서 검사의 위계는 검사정, 차석검사, 부장검사, 부부장검사, 검사, 부검사로 되어 있다.
2. 검사의 권한과 기능
일본의 검찰청법 제4조는 ‘검찰관의 직무’에 관련하여 “검찰관은 형사에 관하여 공소를 행하고 재판소에 법의 정당한 적용을 청구하고 재판의 집행을 감독하며 … 공익의 대표자로서 다른 법령에 의하여 그 권한에 속한 사무를 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범죄의 수사’에 관하여 같은 법 제6조는 “검찰관은 어떠한 범죄에 대해서도 수사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관의 권한은 크게 범죄수사, 공소, 재판집행, 기타의 권한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러한 검찰의 권한과 업무는 한국의 검찰과 가장 유사하다. 다만 한국에 비하여 당사자주의적 요소가 강화된 소송구조상 구체적인 부분에서 차이가 있다.
3. 검찰과 사법경찰의 관계
일본 현행법상 검찰관과 사법경찰직원은 계통적으로 분리된 상호 별개의 수사기관으로서 양자가 상하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일본 형사소송법 제192조는 “검찰관과 都道府縣공안위원회 및 사법경찰직원은 수사에 관하여 상호 협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검찰과 경찰이 상호협력관계에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즉, 일본에서 검찰과 경찰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경찰은 독립된 제1차 수사기관이고 검찰은 제2차 수사기관으로서 상호 협력관계에 있다.
이렇게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이 상호협력하도록 규정한 것은 사법경찰직원의 경우 인적 ․ 물적 자원이 충실하여 수사설비면에서 우수하고 국민과 직접 접촉하고 있으므로 범죄정보에서도 신속한 반면, 검찰관은 법률적 소양의 면에서 우수하여 적법절차의 준수라는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더 많이 받고 있고, 고도의 법률지식을 요하는 복잡한 사건의 수사를 담당하기에 적합하다는 각각의 장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다만 일본 형사소송법 제193조 제1항은 “검찰관은 그 관할구역에 따라 사법경찰직원에 대하여 그 수사에 관하여 필요한 일반적 지시를 할 수 있다. 이 경우의 지시는 수사를 적정하게 하고 기타 공소의 수행을 완전하게 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에 관한 일반적 준칙을 정하는 것에 의하여 행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2항에서 “검찰관은 그 관할구역에 따라 사법경찰직원에 대하여 수사의 협력을 요구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반적 지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여 검사에게 경찰의 수사에 대한 일반적 지시 ․ 지휘권을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관은 스스로 수사할 수 있는 한편, 다른 수사기관을 지시 ․ 지휘하여 수사를 적정한 방향으로 이끌고 불충분한 점을 보완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관이 사법경찰직원에 대하여 지시 및 지휘하더라도 사법경찰직원이 독립된 수사기관이라고 하는 기본적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능한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즉 위의 법 같은 조 제3항에서 “검찰관은 스스로 범죄를 수사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사법경찰직원을 지휘하여 수사의 보조를 하도록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에서는 “전항의 경우에 사법경찰직원은 검찰관의 지시 또는 지휘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법경찰직원은 검찰관의 지시 ․ 지휘가 적법한 경우에 한하여 복종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Ⅲ. 검찰의 권한에 대한 견제와 보완
일본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기소독점주의와 기소편의주의가 인정된다. 그런데 이 양자가 결합하면 검찰관의 권한이 매우 커지기 때문에 검찰관의 권한을 견제하고 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기소편의주의에 의하면, 검찰관에게는 공소제기여부 혹은 기소유예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인 소추재량권이 부여되어 있다. 그러나 검찰의 소추재량권 행사가 타당하지 않을 때, 특히 기소해야만 하는 사건을 기소하지 않는 부당불기소에 대해서는 일정한 견제장치가 필요한데, 이러한 견제장치로서 일본에서는 검찰심사회와 부심판청구(준기소)절차를 두고 있다.
1. 검찰심사회
검찰심사회는 일본 특유의 제도이다. 검찰심사회가 설치된 계기는 2차 대전 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국 군총사령부(GHQ)가 검찰 민주화를 위한 제도를 입안하도록 일본정부에 요구한 데서 비롯된다. 이에 기소배심제도를 대체하는 검찰심사회가 고안되었다. 1947년 제2회 국회에 ‘검찰심사회법’안이 상정되고 1948년 7월에 가결되어 공포ㆍ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현재 201개소의 검찰심사회가 지방법원 및 지방법원지원의 소재지에 설치되어 있으며, 검찰심사회는 11인의 검찰심사원으로 구성된다.
검찰심사회법 제1조와 제2조는 검찰심사회의 역할을 “공소권실행에 관한 민의를 반영시켜 그 적정을 꾀하기 위하여” 검찰관이 내린 불기소처분의 당부를 심사하고 검찰사무개선에 관한 건의ㆍ권고를 행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심사회의 의사결정 중에서 중요한 것은 검찰관의 불기소처분의 당부에 관한 의결이다. 검찰심사회가 검찰관의 불기소처분의 당부에 관해 의결할 때에는 ‘기소상당’, ‘불기소부당’, ‘불기소상당’의 세 가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검심법 39조의5 제1항). 1) ‘기소상당’은 검찰관의 불기소처분이 부당하다는 것뿐만 아니라 스스로 기소하여야 한다는 의결이다. 이는 검찰관에게는 엄격한 결정이기 때문에 기소상당의 의결을 하기 위해서는 검찰심사원 8인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검심법 39의5 제2항). 2) ‘불기소부당’은 기소하여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관의 불기소처분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이므로 재수사를 요청하여야 한다는 의결이다. 3) ‘불기소상당’은 검찰관의 불기소처분이 상당하다는 의결이다. 이 세 종류의 의결 이외에도 ‘이의각하’, ‘이송’, ‘심사중지’의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2. 부심판청구절차
검찰관이 행한 불기소처분에 불복이 있는 고소인측은 법원에 직접 사건을 심판에 회부해줄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이 절차를 부심판청구절차라 하고 형사소송법 262조 이하에서 이를 규정하고 있다. 부심판절차는 준기소절차라고도 불리며 공무원의 직권남용 등의 범죄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전후(戰後)의 신형사소송법에 의해 마련된 제도이다. 이 제도는, 검찰심사회와 더불어 검찰관의 부당한 불기소처분을 억제하는 것으로 법원이 심판에 회부하는 결정을 하면 공소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의제된다. 즉, 검찰관이 기소하지 않더라도 심판이 가능하다. 말하자면 기소독점주의의 예외인데, 이것이 부심판청구절차의 특징이다.
제5절 영국의 검찰제도
영국의 법제는 미국과 영연방국가인 캐나다, 호주 등의 법제의 모델이 되어 오늘날 서구법제의 양축의 하나인 영미법계(Anglo-American legal system)의 원류를 이루었다. 역사적으로도 그 연원이 오래된 영국의 법제에서 검찰의 생성과정과 기능을 살펴본 후 미국의 검찰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Ⅰ. 연혁
1. 사적(私的)소추 원칙의 전통
유럽에서는 중세 전기까지 민사적 불법행위와 형사범죄를 구분하지 않은 채 피해자나 해당 공동체가 직접 구제에 나서거나 제재를 가하였다. 중세 후기에 이르러 형사범죄를 공적인 문제로 여기는 인식이 발생하고 민사와 형사를 구분하게 되었다. 유럽대륙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비교적 일찍 시작되어 범죄를 공공의 문제로 여기고 국가가 범죄의 조사와 처벌에 관여하는 규문적 형사사법절차를 확립하였다. 즉, 국왕 중심의 중앙집권적 체제가 체재가 성립하면서 국왕의 관리(‘왕의 대관’)를 통한 공적인 조사와 처벌절차가 정비된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서는 지방분권적 경향이 강하여 왕권이 허약하였기 때문에 유럽대륙과는 다르게 형사사법의 많은 부분을 시민들의 기구에 맡기게 됨으로써 형사문제를 사적으로 취급하는 전통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영국의 커먼 로(Common Law)에서모든 위법행위는 어떠한 개인이 피해자인 개인에 대하여 범하는 불법행위로 본다. 형사재판도 국가형벌권의 행사과정이 아니라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이라 보고 형사소송도 사인소추(Private Prosecution)제도를 기본으로 하였다. 이러한 전통은 사회의 발전에 따라 형사문제에 대한 정부의 관여가 보편화된 현대에 이르기까지 유지되어 영국 형사사법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되고 있다. 그리하여 최근까지 경찰이 범죄를 수사하고 기소를 담당하였는데, 이때의 경찰은 왕이나 국가의 대리인이 아닌 범죄피해자 또는 시민이라는 사인(私人)을 대리하는 고발자로서 소추업무를 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2. 소추제도의 변경과 검사제도의 도입
경찰이 범죄문제를 처리하되 국가기관이 아닌 ‘범죄의 제압에 관심을 가진 사인(私人)’의 자격으로 범죄를 소추한다는 다소 비현실적인 영국의 형사소추절차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특히 경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갖고 있어 집중된 권력에 대한 우려와 강압수사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제기되었고, 이러한 문제의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1879년 ‘공공소추법(The Public Prosecutions Act)’을 제정하여 공소책임자를 임명하고 소추기능을 전담하는 법률가를 두기도 하였으나 이는 형사사건의 일부에 한정되었고 법률가들이 소추에 적극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아 기존 소추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해주지 못하였다. 그러다가 마침내 1985년 ‘형사절차에 관한 왕립위원회(Royal Commission on Criminal Procedure)’의 보고서를 토대로 ‘범죄기소법(The Prosecution of Offences Act)'을 제정하여 잉글랜드와 웨일즈에 검찰청(Crown Prosecution Service)을 창설하고 새로운 소추제도와 검사제를 채택하게 되었다.
영국의 검찰제도는 수사와 소추행위의 분리라는 획기적인 개혁에도 불구하고 일방당사자의 대리인이 아닌 국가형벌권 집행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는 대륙법계 검찰과는 여전히 그 성격을 달리한다. 한편 스코틀랜드 지방은 16세기경부터 대륙법계의 검찰제도가 도입되어 검찰이 수사의 주재자로서 검찰이 경찰에 대하여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등 일찍이 검찰제도가 확립되어 있었다.
Ⅱ. 검찰의 조직과 권한
1. 검찰청의 조직
새로운 기소제도를 총괄하는 검찰청의 책임자는 ‘검찰총장(The Director of Public Prosecutions)'이며, 10년 이상의 변호사자격을 갖추고 있는 자 중에서 법무총재(The Attorney General)가 임명한다(범죄기소법 제2조). 그리고 42개 지역에 지방검찰청장(Chief Crown Prosecutor)있고 검사(Crown Prosecutor)와 기타 직원은 재무부의 동의를 얻어 검찰총장이 임명한다(범죄기소법 제1조).
입법의 과정에서 경찰이 지방자치조직이므로 검찰도 이에 상응하여 지방자치조직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법무총재(The Attorney General)를 통해 정부에 책임을 지는 중앙집권적 검찰조직을 창설하는 것으로 최종입법의 방향이 결정되었다. 이에 따라 법무총재는 검찰총장을 감독하며(범죄기소법 제3조 제1항), 의회에 대하여 검찰사무에 대한 책임을 진다. 법무총재는 사항을 특정하여 검찰총장에게 보고를 요구할 수 있다. 또한 법무총재는 경찰청에 범죄정보의 보고를 요청할 수 있으며, 경찰이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도록 규정을 발할 수 있다.
2. 검사의 권한
검찰청의 창설로 검사는 경찰이나 다른 수사기관이 입건한 범죄사건의 기소와 공소유지를 담당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경찰로부터 분리되고 독립된 검찰청에 공소권한을 맡기게 된 배경은 수사에 깊숙이 관여한 경찰이 기소여부도 결정하게 되면 객관적인 결정이 곤란하다는 인식과 경험이었다. 이에 따라 영국에서 경찰과 검사의 역할은 명확히 구별된다. 경찰은 수사를 담당하고 검사는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경찰이 실제 소추 업무를 담당하던 때에는 경찰이 범죄를 수사한 후 치안판사에게 기소장을 제출하고, 치안판사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서는 직접 재판을 진행하고 중한 죄에 대해서는 혐의를 조사한 후 형사법원의 재판에 회부하였다. 그리고 형사법원에서 공판이 개시되면 경찰이 고용한 변호사(Barrister)가 공판에서 소추업무를 담당하였었다. 그러나 새로운 소추제도의 도입으로 종래 경찰의 이름으로 해 오던 소추과정에 검사의 관여가 구체화되었는데, 검사는 경찰이 제기한 소추의 절차를 인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요한 사건이나 내용이 복잡한 사건에 대해서는 검사가 직접 공소를 제기하고 이를 유지할 수도 있다. 또한 검사는 필요한 경우 제기된 공소를 취하할 수 있고, 소추와 관련된 폭넓은 재량을 가지며, 형사범죄와 관련된 모든 문제에 대해 경찰에 법률상의 조언을 할 수도 있다.
제6절 미국의 검찰제도
Ⅰ. 연혁
1. 영국법제의 영향과 변화
미국은 영국과 함께 영미법계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고 미국법제의 원형은 영국의 보편법(Common Law)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영국으로부터 이주한 미대륙의 정착민들이 자신들에게 익숙한 영국법제에 따라 형사사법제도를 정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들은 영국법제의 문제점 또한 인식하고 있었고, 미대륙에는 유럽의 대륙법계 국가에서 이주해 온 정착민들도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법제로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그들만의 독자적인 제도를 창출해 나갔다.
미국의 형사법제가 영국의 법제와 다른 특징 중 하나는 영국의 보편법(Common Law)과는 달리 연방과 각 주의 기본법에서 명문으로 절차의 적정성을 보장하는 ‘형사절차의 성문법화’이다. 형사절차를 성문법으로 정한 것은 영국법에 대해 불만을 가진 식민지 주민들이 현실적으로 법원보다 입법부에 변혁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고 법률적 소양을 갖춘 사람들이 부족하여 명확한 기준을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1791년의 권리장전(The Bill of Rights)은 이러한 의지의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2. 검사제도의 채택
미국의 형사법제에서 영국과 다른 중요한 또 하나의 특징은 검사제를 채택한 것이다. 식민지시대 초기에는 영국의 사인소추제도와 당사자주의를 따랐다. 즉, 1643년 버지니아에서 검찰총장(Attorney General)이 임명된 것을 시작으로 다른 주에서도 검찰총장이 존재하였는데, 검찰총장은 형사나 민사사건에서 국왕을 대리하였을 뿐 대부분의 형사사건에서는 범죄피해자가 소추를 직접 수행하여야 했다.
하지만 식민지 시절에도 지역에 따라 나름대로의 검사제도가 시행되었으며, 독립 전후에는 미국 전역에서 검찰에 의한 소추제도가 정착되었다. 예컨대 17세기에 네덜란드가 지배하고 있던 뉴욕, 뉴저지, 펜실바니아 등에서는 검사(public prosecutor)가 공소를 제기하였는데, 1664년 영국인이 뉴욕을 지배하게 된 후에도 검사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이와 같이 미대륙에서 검사제도를 시행하게 된 원인은 세 가지 정도로 이해되는데, 첫째, 영국식의 사적 소추는 비효율적이며 귀족적인 것으로 미대륙 정착민의 민주적 사고와 맞지 않았고, 둘째, 식민지 사회에는 영국으로부터의 이민자 이외에 검찰제도를 경험한 유럽대륙으로부터의 이민집단도 있어 검찰제도에 비교적 익숙하였으며, 셋째, 영국식의 사적 소추를 담당할 법률가가 부족하였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원인에 의해 채택된 미국의 검사제도는 대륙식의 검사제도를 미국의 당시 실정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서, 국가의 소추기능을 담당하는 소추관을 두었다기보다는 영국식 사적 소추의 변형된 형태로서 이른바 ‘공중(公衆)에 의한 소추제도’를 채택한 것인데, 다만 실제 운영에서는 유럽대륙의 검사제, 공소제와 유사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Ⅱ. 검찰의 조직과 권한
1. 검찰의 조직
미국의 검찰은 법원과 같이 연방과 주의 여러 조직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연방과 각 주가 독자적인 법제도를 갖고 있으므로 그만큼 다양한 검사제도가 존재한다. 미국이 연방국가라는 점과 식민지시절 각 주에서 독자적으로 검사제도가 시작되었다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검사의 임명이나 권한, 기능은 대단히 분권화되어 있다.
연방의 경우 연방을 대표하는 연방법무장관 겸 검찰총장(US Attorney General) 휘하에 전국을 94개의 권역으로 나누어 각 권역별로 1명의 연방검사(US Attorney)를 두고 있으며(다만 현재 연방검사는 93명), 그 아래 수 명에서 수백 명까지의 연방검사보들이 있다. 연방검사는 대통령이 상원의 인준을 거쳐 임명하며, 연방검사보는 연방검사의 추천으로 법무부장관이 임명한다.
각 주에는 주 법무부장관 겸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하는 주 검찰이 있고, 보다 작은 행정단위인 카운티(County) 등에는 주로 선출직인 지방검사 1명과 다수의 검사보들이 대부분의 형사사건을 처리하고 있다. 각 주의 검찰총장은 대부분 지역주민의 선거에 의하여 선출되나 일부에서는 주지사나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경우도 있다.
2. 검사의 권한과 기능
일반적으로 미국의 검사는 연방이나 각 주에서 법집행관으로 칭하여지는데, 이는 대륙법계의 검사의 지위와 차이가 있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으로서의 검사는 정부를 대리하여 형사사건에서는 공소를 제기하고 유지하는 한편, 민사사건에서는 정부를 대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검사제도는 특별한 점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형사소송에서의 공소제기 업무에 중점을 두어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에서 공소의 담당자로서의 검사의 지위와 기능은 간단히 정리하기 어렵다. 대륙법계의 검사제도를 채택했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영미법계의 당사자주의를 취하고 있는 미국법의 특징 때문이다. 당사자주의적 소송에서 한 쪽 당사자인 미국의 검사는 최선을 다해 상대방 당사자인 피고인과 변호인을 제압하고 공판에서 승리할 것이 기대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유럽대륙의 검사와 유사하게 정의의 수호자로서 형사사건을 객관적, 중립적으로 처리해야 할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이중의 요구를 어떻게 조화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지만 모순되는 두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검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유럽대륙의 검사와 마찬가지로 경찰에서 수사한 형사사건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다만 미국의 기소 시스템은 유럽대륙 뿐 아니라 영국과도 차이가 있는데, 일정한 경우에는 대배심이 기소의 주체가 되는 경우가 그러하다. 그러나 대배심이 기소의 주체가 경우에도 대배심을 주도하는 것은 검사로서, 검사가 대배심의 수사 및 기소 절차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다.
3. 검사와 사법경찰의 관계
미국에서 검사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경찰에 대한 지휘권도 없다. 경찰은 검찰의 법적 조언을 참고하여 수사하고, 검찰은 경찰과 협조하여 공소를 제기한다. 그러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미국 검사는 수사에 관하여 경찰의 업무를 조정하고 지도하는 중요한 기능을 행사한다. 예컨대 중요한 사건의 경우 경찰은 거의 예외 없이 검사에게 사건의 발생을 보고하고 수사방향에 대하여 조언과 지도를 받는다. 또한 영장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검사를 거치도록 되어 있으므로 강제수사의 경우에는 경찰에 대한 검사의 통제가 한층 더 실질화된다.
4. 검사의 권한에 대한 통제
기소강제절차를 채택하는 독일 등과 달리 미국의 검사는 기소 여부, 기소내용의 선택, 유죄협상(plea bargaining)을 할 것인지의 여부, 양형의 선택 등에서 많은 재량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의 수사단계에서 법의 적용, 증거의 수집 등에 관한 지도와 통제를 통하여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며, 대배심의 절차에서도 광범위한 재량을 행사한다.
그러나 미국의 검사들이 누리는 재량권도 무한정의 것은 아니어서 여러 가지 제한이 따른다. 수사 및 기소, 공소유지 등의 업무에서 평등권, 적정절차원칙 등의 제약이 있음은 물론 검찰 내부의 지침, 법률가에게 부과되는 기본적 윤리규정 등을 따라야 한다. 이러한 원칙과 규정 등을 무시할 경우 검사에게 책임이 뒤따르는데, 민형사상의 책임과 신분상의 책임, 정치적 책임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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